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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에 붙은 노란 실을 떼어냈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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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에 붙은 노란 실을 떼어냈다

쉐라프 2025. 4. 30. 16:36

아무 생각 없이 양말을 신었다.
발끝에서 이상한 감촉이 느껴졌다.
가만히 앉아 발을 들어 보니, 노란 실 하나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가늘고, 말라비틀어진 작은 실.
어디서 묻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것을 조용히 떼어냈다.
그 순간, 이상하게 마음이 찌그러졌다.
아무것도 아닌 행동인데도, 무언가를 정리하는 기분이었다.
지저분한 무언가를 없앤 것도 아닌데,
왜인지 한 조각의 삶을 떼어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요즘은 사소한 것들에 자주 걸린다.
양말의 실, 밥그릇에 묻은 물기,
창문에 붙은 먼지,
핸드폰 화면에 남은 지문 자국.
그 모든 것이 평소엔 스쳐가지만,
어느 날은 마음속 어딘가를 눌러 온다.

살아가는 일이 뭔가 거창한 줄 알았다.
이루고, 성취하고, 사랑하고, 깨닫고…
그런 단어들로 세상이 포장되어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양말의 실 하나를 떼는 것처럼,
지극히 작은 것들의 연속이다.

오늘도 그냥 그런 하루다.
별일은 없었고,
별생각은 많았다.
시간은 흘렀고,
나는 흐른 시간에 따라 움직였다.
점심은 대충 먹었고,
창밖은 맑았고,
뉴스는 여전히 시끄러웠다.

해야 할 일은 아직도 그대로고,
의욕은 점점 닳고 있다.
하지만 발끝의 노란 실 하나를 떼어내듯,
오늘도 아주 작은 것부터 하나씩 지워나간다.
어딘가가 깨끗해지는 기분.
조금은 숨통이 트이는 기분.

그것이면 됐다.
당장은 그 정도면 괜찮다.
세상을 바꾸지 않아도,
나를 바꾸지 않아도,
이 하루를 지나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양말에 붙은 노란 실을 떼어냈다.
그리고 그걸로 오늘을 정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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